기타

벼루기 사냥

열혈난주 2006. 5. 10. 07:38

어제는 조금 일찍 퇴근하여 사전에 약속되었던 김문구님댁을 방문했습니다.

벼루기 사냥 때문에...

 

김문구님께서 사시는 아파트 동 옆에 놓여진

조그만 돌절구 안에 물벼룩과 실지렁이가 바글바글 하더군요.

경비실에서 랜턴을 빌려 불빛을 비추며 1시간 가량 물벼룩 사냥을 했습니다.

김문구님 손수 에어호스를 빨아가며 잡아 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물벼룩밭을 제게 공개하셨으니 이제 불침번 서셔야 할 겁니다. ㅋㅋㅋ

 

시커먼 남정네 두 사람에 돌절구 앞에서 쪼그리고

뭔가를 하고 있으니까, 산보 나오신 동네할머님 한 분께서 오셔서

할머니 : 여기서 뭐 하능교?

김문구님 : 물벼룩 잡고 있습니다.

할머니 : 그거까 뭐 할라꼬?

김문구님 : 금붕어 새끼들 멕일라고 잡습니다.

할머니 : TV에서 보니까 금붕언가 뭔가 4,000만원짜리가 있데?

김문구님 : (저를 가리키며)

               이 사람 집에는 5,000만원짜리가 있습니다.

할머니 : (저를 보고) 진짜 있능교?

            어데다 키우능교? 집 안에서 키우능교?

동짜몽 : 네

할머니 잠시 가셨다가 다시 오셔서

할머니 : 아직도 잡고 있능교?

            금붕어 줄려고 이렇게 정성들이는 것 처럼 집에서도

            부모님께 정성을 다 하능교?

이 말을 듣는 순간

그 할머니께도 죄송스럽고, 부모님께도 너무 불효를 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 뿐이네요.

 

어제는 김문구님 댁을 방문해서

원래 목적은 물벼룩 채집이었지만

그 보다도 더 소중한, 제가 잠시 잊고 있었던 부모님을 일깨워 준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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